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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경입니다. 제 아내가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감기에 걸리고 나서 목이 쉬었는데 왜 이렇게 안 나을까” 저는 그냥 무심히 흘려들으면서 건성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그리고 몇 달이 지나 9월이 되었습니다. 제 아내가 쉽게 피로하다고 평소에 말을 했는데 아마도 어린 아이를 돌보느라 수면도 부족하고 식사도 거르는 때가 많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문득 병원에 한번 가기는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저나 아내나 주치의 지정을 안 한데다가 이러다가 갑자기 몸이 아프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가까운 일반 내과를 예약해서 10월 달에 처음으로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피검사를 한 것도 아니고 의사가 그냥 진찰을 시작하자마자 제 아내의 갑상선에 무슨 결절(혹)이 만져진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의사로써 그런 종류의 진찰이야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제 아내에 대해서 진찰할 생각은 꿈에도 안했던 터라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세침 흡인 생검이 반드시 필요한데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다시 전화해서 세침 흡인 생검을 받으라고 하면서 필요한 검사 의뢰는 팩스로 보내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는 다시 2주를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너무나 얼떨떨해서 자세히 여러 가지를 따져보지 못했는데 2주를 기다리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목이 무려 다섯 달이나 쉬어 있었는데 왜 이렇게 태평하게 세월을 보내고만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갑상선 암의 증상
갑상선 결절이 있는 환자가 목이 왜 쉬었을까 열이면 열, 의사에게 물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갑상선 암일 것입니다. 갑상선 암이 커지면서 성대로 가는 신경을 누르게 되고 성대가 부분마비가 오면서 목이 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이 말은 곧 암이 초기가 아닌 중후기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제 아내처럼 이미 목이 쉰 채로 다섯 달을 보낸 것은 갑상선 암의 치료 측면에서 보면 초기 치료를 이미 놓쳤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정말 섬뜩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도 뭔가를 눈치를 챘는지 조직검사를 기다리는 2주 동안 나 암 걸렸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울해하기 시작했고 저는 애써 태연한척 괜찮다며 위로를 했지만 속으로는 진작 신경 써주지 못한 죄책감에 정말 울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제발 암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정황증거 상 어쩐지 암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 보였습니다.
제 심정으로는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80-90%인 환자를 무려 3주나 걸리게 해서 검사를 해주는 무심한 미국 병원의 시스템이 정말 원망스러웠고 긴 기다림 끝에 예정된 날이 되어 조직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아무리 의학 서적을 뒤적이면서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봐도 보이는 글자는 cancer(암)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다시 암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기원에서 제발 초기 암으로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나와 주었으면 하는 쪽으로 생각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후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암이 아닌 ‘양성 종양!!’
저와 아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이 한바탕의 폭풍이 큰 피해 없이 지나간 것에 대하여 감사기도를 하였습니다.
의학도들이 진단학을 배우면서 가장 흔하게 듣는 금언이 있습니다. 말발굽 소리가 나면 말을 생각해야지 얼룩말을 생각하지 마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침을 하는 환자를 보면 흔한 감기 같은 질환을 먼저 진단으로 떠올려야지 감기에 비해 그리 흔하지도 않은 진폐증 같은 질환을 떠올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물론 의사로써 단순한 기침이라 할지라도
갑상선 암은 얼마나 흔한가
통계에 따라 다릅니다만 젊은 성인 인구의 거의 반수가 갑상선에 혹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혹을 가진 것도 아예 모르고 그냥 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우연히 발견된 갑상선 결절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5% 이하가 갑상선 암으로 진단이 됩니다. 어떤 자료는 다양한 원인으로 임종을 맞은 사람들에서 갑상선을 조사해보니 무려 10%나 갑상선 암을 가지고 있었다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결국 갑상선 암은 그다지 드문 암이 아니라는 것이 되겠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일할 때 제가 일하는 의원을 자주 찾는 30대 후반의 단골 여성 환자분이 계셨는데 본인이 자청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원하셨습니다. 특히나 자신의 친구가 최근에 갑상선 암으로 진단을 받았다며 갑상선 초음파를 받기를 원하셨고 저는 아마 괜찮겠지만 한번 해보기나 하자며 검사를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2.5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갑상선 결절이 발견된 것입니다. 부랴부랴 인근에 대학병원으로 소견서를 첨부해서 보내드렸습니다. 그 후로 약 두 달간 이 환자분에게서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제가 생명의 은인이다. 제가 발견한 갑상선 혹을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하니까 암으로 나와서 수술을 받았으며 지금은 완쾌되었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반갑고도 등골이 오싹해지던 지요. 제가 만약에 통계적 확률을 내세워서 검사를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설득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많은 의사들이 실제로 의료적 과실을 피하기 위해 과잉진료를 하고 있고 때로는 반드시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해도 환자들이 영리를 위한 과잉진료라고 의심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자청해서 검사를 원한 환자를 만난 것은 제가 행운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제 마음속으로는 제가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 제 생명을 구해주셨네요 하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많은 환자들의 갑상선의 양성 종양과 암을 진단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가 갑상선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니 제 자책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갑상선 암은 잘 치료되는 편
사실 갑상선암은 대개의 경우 예후가 좋습니다. 즉, 일부 전이가 된 경우조차도 다른 암과 비교해서 치료가 비교적 잘 되고(수술과 방사선 요법으로) 사는데 큰 지장이 없어서 정말 한 가지 암을 골라서 걸려야만 한다면 고를 수도 있는 암입니다. 반면에 췌장암, 폐암, 유방 암등은 훨씬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초기라도 대 수술을 요하고 결과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그런데 이런 암들은 우연인지 대개 흡연과 관련이 높습니다. 혹시 흡연을 하시는 분들은 올해 금연 꼭 생각해보셔야겠습니다.
여성들이 꼭 받아야할 암 검진
여성들이 특히 조심해야하는 암은 어떤 것일까요. 물론 남녀 공통으로 많이 걸리는 위암, 폐암, 그리고 요즘 증가 추세에 있는 대장암도 있겠지만 이에 더해서 대개 의사들은 자궁암, 유방암 정기검진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자궁암은 이론적으로는 성관계가 시작되는 해부터 시작해서 매년 검진을 해야 합니다. 유방암은 대개 40세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도 같은 연령에 시작하기를 권장하고 있으며 위암에 대해서는 많은 환자들이 이미 상당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장병이 많으니까 위암 검진율도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유방암과 자궁암은 아직 정기적으로 받지 않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혹시 아내의 건강을 챙겨주고 싶은 분들은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제 아내는 겨우(?) 양성종양을 가지고 있었는데 목은 왜 여섯 달이나 쉬어 있었을까요. 나중에 이비인후과에 가보니까 성대는 멀쩡하고 대신 성대 위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코가 넘어가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제 아내는 덕분에 지금도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목소리는 작년 말부터 이미 좋아졌고요. 미국의 통계로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자신의 증상을 참는 경우가 많다고 나옵니다. 제 경험으로 미루어 한국도 그러하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어머니나 아내의 마지막 건강 검진은 언제였는지요. 혹시 모르시면 지금 전화를 들어서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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