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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1년, [여성사 강좌 그때를 아십니까?]<이경미>

황금천 2007. 3. 31. 11:47
- 2011년, [여성사 강좌 그때를 아십니까?]<이경미>


오늘의 정서곡선은 안정 90점입니다.쾌적한 편이죠. 지난 시간에도 시작할 때 정서 포인트와 끝날 때쯤의 포인트가
달랐다는 거 기억하죠? 오늘도 여러분 열 받으면 경고 90점쯤 나올걸요. 하하. 이제 공부로 들어갑시다!


잘나면 잘난 척한다고, 못나면 못생긴 것이 나선다고, 좀 배웠으면 건방떤다고, 덜 배웠으면 무식 하다고,
나이가 어리면 어리다고, 나이가 많으면 많다고, 돈이 많으면 많다고, 없으면 없다고, 비 썩 말랐다고,
너무 뚱뚱하다고 ... 헥헥, 숨이 차서 다 늘어놓지도 못하겠군요. 여하튼 온갖 이유로 교묘하게 불평등을 당해온 것은
단지 그대가 여성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어두운 터널에서 당 하던 횡포가 적어도 법의 울타리 안에서만이라도
걷혀진 지가 벌써 12년째 되는군요.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여성역사 공개강좌, '그때를 아십니까?' 입니다. 이 시간의 의의는 누차 강조하였으니 눈감고 워드 두드리는 격이겠지만서도 한 번 더 이야기하도록 하죠. 노파심이죠, 뭐. CD로 남기자면 2장은 넉넉히 될 고난과 아픔을 딛고 살아간 이 땅의 별같은 여성들이 없었더라면 오늘 우리의 정서곡선 90점이 가능하였겠습니까? 이들이 오늘을 있게 한 숨은 공로자인 만큼 우리 조상이 그 당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버텨왔는지를 알아야 되는 것이지요. 그들의 삶을 그 당시 관습이나 유물을 통해 다시 재구성해보는 것입니다.


거기 F-48 사이트에 있는 학생! 화장실 가고 싶은 표정 짓고 있는데 ... 여기 있으면 다 보여요.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이 말 하려고 했죠? 천만에 말씀입니다. 과거의 악습을 미화하고 추억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하는 말이야요. 비록 12년이란 세월이 흐르긴 하였으나 어디서 또 어떻게 정신나간 현상이 일어날런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역사공부는 어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것이거든요. 백화점식 불평등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을 찜쪄먹던 세월이 지난 12년이란 짧은 시간보다 장장 몇 천배는 길었다구요.

이 강좌가 끝나면 여러분은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여 과거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이 시간 때문에 '그때를 아십니까?'가 WWW(Women World web)에서 뜨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생각해도 이 프로그램 참 잘 만들었다니까요. 하하. 여러분이 제 강좌를 잘 들어야 사이버 공간에서 중도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면 컴퓨터 하드웨어 다 다운되는 거 알죠? 장난이 아니라니까요.

지난 시간에는 순장제도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그게 그래요. 오늘 하려는 처녀막하고도 관계 가 있는 이야기라 한마디만 더 보태자면, -- 아! 방금 H-25 사이트 학생이 처녀막이 뭐냐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러고보니 다들 표정들이 맛이 갔군요. 다들 모른다 말이죠. 이 말을 쓰는 사람 요즘은 없으니까 당연해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질내보호근육을 예전에는 처녀막이라 했어요. 알 다시피 질내보호근육은 퇴화 중에 있는 기관의 하나이지요. 이 근육 없이 태어나는 여성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거든요. -- 어디까지 말했더라.. 음. 그렇지. 여성의 인생은 뒤웅박 팔자라는 이 상한 용어로 표현되었답니다. 저도 뒤웅박이 뭔지 모르지만 여성은 제 삶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는 말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거든요.

이말은 국민의 정서를 해친다 하여 잠시 휴지통에서 빽엎 파일로 감금당해있던 속담 중의 하나여요. 여러 형태로 위장한 순장제도는 여성의 팔자를 뒤웅박으로 만드는데 상당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첫번째 결혼한 남자가 죽으면 다시 결혼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과 성관계도 하지 못하였잖아요? 그걸 수절한다고 하였다나요. 결국 첫번째 남편과 함께 죽은 목숨이었지 요. 결혼은 성을 초월하여 같이 살고 싶은 사람들과 합의 하에 공동의 즐거움과 의무를 나누는 공동체 결성 축하연이 아니었답니다. 이해가 잘 안되죠? 그 당시 여성은 한 남자의 집안에 속해 야 했고 그 속함을 시작하는 것이 결혼이었거든요. 그러니 여성은 남편이 죽었어도 살아있을 ㄸ 와 다름없이 그 집안에 예속되었거든요. 원해서 그렇게 살았을 수도 있다구요? 그럴 수도 있었겠죠. 그러면 왜 3대에 걸쳐 수절한 여인의 집 앞에 열녀문이 세워지고, 재혼한 여성의 자식은 번듯 한 직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당했을까요? 강제였다 이겁니다.


순장제도가 꼭 죽은 남편의 무덤에 함께 묻히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또 결혼한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었구요. 눈치빠른 사람 알겠지만 그래서 순장제도로 이 이야기를 열게 되었지요. 처녀막에 얽힌 '역사와 전설' 사이트에서 이 자료를 발견하면서 증말 기가 막혔답니다.

그 당시 용어를 그대로 살려보겠습니다. 처녀막이 질내보호근육이 아니라 처녀막이란 이름을 달았던 것은 그것이 신체의 일부로 여겨지는 세팅과는 다른 세팅에 놓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처녀막을 제대로 이야기한 것도 1990년대나 되어서 가능했다니까요.

또 곳곳 사이트에서 메시지가 쏟아지는군요. 왜 그리 세월을 바이러스 먹이고 있었냐구요? 알아 맞춰보세요. 후후. 성 중에서도 가뜩이나 여성의 성은 권리가 아니라, 뭐랄까, 남성의 쾌락을 위한 대상일 따름이었기 때문에 - 우리 강좌의 특징이 상상 불허 아닙니까? - 근거도 없이 말 만들어 내어 인생 조지는 거죠. 이상한 섹시함으로 서로 경쟁하게 하고, 몸 안에 플라스틱을 넣어 부풀게도 하고, 뼈를 깍는 수술을 하기도 하고, 피부를 잡아당겨 배꼽이 가슴까지 올라붙기도 하고 ... 헛 것은 많은데 정말 뒤웅박이었지요. 그랬기 때문에 여성의 성을 학문으로 객관화하는 작업이 그렇게 늦어진 거여요. 여성의 성이 남성에게는 자연스럽게, 여성에게는 자발적으로 대상화되는 지난한 세월이 진행되고 있었지요. 20세기가 끝나갈 즈음에야 여성은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에 대 해 무장되기 시작하였어요. 이즈음 여성의 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이야기가 터지기 시작한 거 지요. 처녀막을 막 이야기할 즈음의 정서를 보세요.

[여자의 경우 처음 성교로 처녀막이 파열되는데 이렇게 파괴된 처녀막은 영원히 재생하지 않는다. 요즈음에 와서 처녀막재생수술을 한다고 하지만 수술로 재생시킨 처녀막은 본래의 것이 아니며 파열된 것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물론 처녀막이 심한 운동에 의해서 파열되기도 하지만 이는 성교에 의한 것과 자세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1983)]

화면으로 보이는 여러분의 표정이 증말 우습네요. 몇광년 떨어진 딴 태양계 이야기가 아니라니까 요. 이 짧은 문단 안에 많은 역사가 담겨져 있답니다. 하지만 파열이니 재생이니 하는 이야기가 왜 나와야 하는지 또 처녀막재생수술이라니, 가도가도 블랙홀이죠? 하나씩 살펴봅시다.

처녀막이라는 이름에서 어떤 사회적인 맥락이 느껴지나요? 그때는 여성이 성관계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도덕심, 심지어 그 사람의 인생이 판결나던 때였거든요. 성관계 경험 유무를 판독할 때 사용된 도구가 바로 처녀막이었다고 하는군요. 성 관계는 또 상대와 내가 서로 원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가 그로써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실 할 때 하는게 아니었답니다. 왜 파열이나 재생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요? 그 근육이 파열된다는 것 은 다른 근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결에 의도적이건 우연히건 심한 충격이 와서 상처가 생긴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파열은 결코 '성교'로 인해 발생되지 않거든요. 성교란 쌍방이 충분한 교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까요. 파열이 생긴다면 그건 성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폭력에 의한 것이겠지요.


그러니 앞의 텍스트를 미루어보건대 아마 첫 성교는 거의 성폭력이었나보죠? 처녀막에 강제로 상처를 내어 파열하는 것이 취미거나 유행이거나 풍토병이었거나 뭐 그랬나봅니다. 이건 결코 성교가 아니죠. 그 당시의 타임캡슐에서 나온 어떤 20대 후반 여성의 기록을 보면, 결혼 후 성관계를 하는데 처음에는 피가 나오지 않아 걱정이 되었는데 한달쯤 후에 생리가 아닌데 피가 나와서 너무 다행이었다고 적혀있어요. 충분히 서로를 애무하고 천천히 삽입하고 흡입하는데 공을 많이 들이면서 상대를 느끼고 나를 느끼는 귀중한 경험이 되어야 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잖아요? 그런 과정에서는 처녀막이 충분히 신축적으로 되죠.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이겁니다. 당시의 신조가 뭐냐하면 빨리빨리 였거든요. 그러니 한달쯤 후가 되자 그 신조를 거스른다는 죄책감이 극대화된 나머지 빨리빨리 해치우느라 여성이 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삽입을 한 모냥이여요. 처녀막에 기어코 상처를 낸거죠. 그야말로 파열된 것이었나봐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여성의 입장에서도 한달 만에 자신의 신체 일부가 파열된 것을 좋아하지 뭡니까? 쯧쯧.

이게 뭡니까? 바로 여성의 성이 뒤웅박이라는 말 아니겠습니까? 누가 폭력을 좋아하나요? 그러한 폭력을 통해서라야 여성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른 남성으로부터 폭력을 당하 지 않았다는 증거였지요. 앗! 헷갈리네요. 폭력인지 성교인지. 여하튼 그게 증명이 되어야만 했기에 처녀막재생수술이란 것이 성행했다는 현상이 설명되지요.

여성은 처녀막이 없으면 고스란히 순장되었던 것이죠. 그런 현상이 20세기에도 버젓히 일어나고 있었단 말입니다. 처녀막재생수술이라니요. 너무 해괴망칙하기는 하지만 역사는 여성으로 하여금 순장제도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구린 전략을 허락했던 기라요.

처녀막재생수술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재생하는가 궁금하죠? 여기 이미지 화면 띄웁니다. 얍! 이미지 다 떴지요? 보면서 설명을 해보죠. 여기가 바깥쪽 성기로 대음순, 소음순이구요, 이곳이 음핵이죠. 안쪽 성기로 들어가보면 질이 보이죠? 인체구조는 볼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성인 여성의 질의 길이는 대개 16~7 센티미터쯤 되구요. 그 안쪽 으로 자궁이 안기듯 들어와 있지요. 처녀막은 질과 자궁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 보통 옛날 사 람들이 이름은 참말 기막히게 짓는데 이건 증말 괴상하게 붙였어요. 아무리 따져보아도 막이 웬 말이요? 막이... 나 참 - 그 모양도 제각각이었어요. 사람에 따라서 별 모양, 타원형, 세모나 네모 의 형태를 띠었고 또 질감도 틀려서 단단하기도 하고 물렁하기도 하고 껌 같기도 하고 그랬대요. 이게 강제로 찢어지면 당연히 피가 나는데 이 피를 보기 위하여 찢어진 부위를 실로 꿰매었어요. 다음 이미지 보셔요.

여기와 여기를 이어서 살짝 잡아당겨놓아요. 그러면 폭력에 의해서 아, 아니, 성교에 의해서 강제 로 또 찢어지는 것이지요. 그 피를 보려고. 별 일 다 있었어요. 피를 보려고 일부러 돈 들여가며 수술까지 했다니... 그러니까 생리처럼 생명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생기는 피가 아니라 폭력의 상 흔인 그 피를 '재생'하여 보려고 말입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비웃지 말아요, M-8 사이트 학생! 지금 기준으로 그 당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버리면 아무 것도 얻는게 없어요.

그 당시 우리 조상들에게는 그만큼 그 피가 절실했다구요. 그런 절실함이 그 절실함의 부당함과 맞붙어 갈등하는 시점에서 들꽃같은 많은 여성들이 자기 홈페이지 업그레이드할 시간 빼앗기면서 고민하고 눈물 흘리지 않았겠습니까?

결국 이들의 관점이 관철되어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 처녀막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은 교과서가 탄생된 것이죠.

[ ... 처녀막은 사람에 따라서 태어날 때부터 다른 조직과 형태를 띤다. 아예 처녀막 없이 태어나는 여성도 있고 질 입구 전체를 덮어 이를 제거해야 하는 여성도 있다. 대부분의 처녀막은 자위 나 부드러운 삽입 등을 통해 신축적으로 늘어난다. 폭력적이거나 강제적인 이물질의 삽입에 의해 서 고통이 동반된 파열이 생기기도 한데 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그러한 폭력이나 강제를 행사한 사람에게 법적인 문책이 가해진다. ... 한때 처녀막은 여성의 순수성을 증명한다는 헛 맹세로 그 존재 가치를 위장해왔다. ... 여성은 그들에게 장치된 오래된 명분과 신화들의 가증스런 가면을 벗 겨 버린 이후에야 자신의 성적 행위에 대해 당당하게 주장하고 이를 책임지게 되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칭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고 사실 무엇을 폭력이나 강제 로 보아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실정이었지요. 여러분은 행복한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드 려야 해요. 그들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탈가면의 지난한 과정이 있었기에.

자! 그럼 이제는 사이버공간으로의 이동이 시작됩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죽 따라가보셔요.

"으악,으악, 싫어요. 안 갈래요. 기냥 머리로만 배우고 여기 있을래요! 내 컴퓨터 캡 비싸다구요."


이경미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여성운동가)
※ 이 글은 페미니스트 저널 IF 97년 가을호에 실린 글로 필자의 동의하에 싣습니다.

출처 : 경산성폭력상담소
글쓴이 : 소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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