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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원의 편지]내 아이는 잘하고 있을까? / 익명의 회원

황금천 2007. 2. 24. 23:18

 

[어느 회원의 편지]내 아이는 잘하고 있을까? / 익명의 회원

 

 

“버스 안에서 이렇게 소란스럽게 떠들어도 되는 거야? 도대체 요즘 아이들은 공중도덕을 배우는 거야?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왁자지껄 아이들의 소란한 이야기 소리로 가득한 버스 안에서 갑자기 한 할아버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아이들이 오늘 책가방 없는 날로 영화 관람을 하러 가는데, 오랜만에 교실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니 너무 좋아서 그런 거예요.” 점잖은 아주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날 보고 이해하라고? 아이들에게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소?” 할아버지는 화가 가라앉지 않으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교실에서도 매일 ‘조용히 해라’했는데, 나와서까지 조용히 하라고 해야 한다는 게 너무 어려워요.”
“나보고 계속 이해하고 참으라는 거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공중도덕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커 갈 것 아니겠소. 학교에서 도대체 무얼 가르치는 거요?” 화가 나신 할아버지께서 격분하신 나머지 어린 학생들의 교육 책임을 선생님께 전가하시자, 선생님께서도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줄 아세요? 각자 집에서 내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나 생각해 보세요. 저는 다만 이 아이들도 내 자식이다 생각하시고 이해해 달라는 거지요. 어쨌든 죄송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선생님의 아이들 사랑하시는 그 사랑에 감동을 받으셔서 더 말씀하시기를 포기하신 것일까? 할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아무 말씀도 안하셨습니다.


아이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더니 버스 안은 점차 조용해졌습니다. 그렇지만 개구쟁이들의 조용히 할 수 있는 한계는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떠들고, 웃고, 장난치고, 게임하고, 소란스럽기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종점에 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당부의 말씀에 아이들은 큰 소리로 대답하지만, 행동은 여전히 자신들의 대답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 전에 이미 잘 가르쳐서 나왔어야지. 아무리 개구쟁이 어린애라도 가르치면 충분히 말귀를 알아듣지. 말로해서 잘 가르쳐지지 않으면 매를 들어서라도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할 기본예절은 가르쳐야 하는데… 내 자식 귀하고 중하게 느껴질수록 엄히 가르쳐야 하는데….” 내리시는 한 할머니의 목소리에 또래 아이를 둔 젊은 엄마로서 가정교육의 책임을 느끼며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떨어뜨리며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내 아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아침, 초등학교 3학년짜리 둘째 딸도 책가방 없는 날이라며 덕수궁에 간다고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는데…,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길에서, 내 아이가 스쳐 지나는 모든 곳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있을까?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로 기쁘게 하려니와 미련한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니라_잠언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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