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섹스
[김소희의 오마이섹스]
잠자리에서 도저히 병립 불가능한 것들을 동시다발로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변태이거나 변태를 지향하는 자임이 틀림없다. 우리 편집장하고 자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저자가 혹시 지적·정서적·미적 감수성을 최대한 발휘하되, 수차례 쾌락의 정점에 도달하며, 매번 다른 사람과 하는 것 같은 긴장을 주는 동시에 익숙한 사람에게서만 느낄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그런 복잡다단한 섹스를 원하는 자가 아닐까?
그런 섹스 없다. 과문한 내가 ‘모르는 세계’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나보다 몇배는 긴 섹스라이프를 갖고 불철주야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들에게서도 그런 경험담은 들어본 적이 없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
섹스를 하면 성격이 드러난다는 사실도 우리 편집장에 대한 심증을 굳히는 데 한몫한다. 카드빚 돌려막느라 바쁘면서도 서울 평창동 북악파크텔이나 혹은 그 앞 올림피아호텔쯤의 방을 잡아야 하는 이는 섹스에서도 “당신이 최고다”라는 답변을 얻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고깃집에서 저 혼자 실컷 먹고는 “난 됐는데 더 시킬래?”라고 하는 자는 잠자리에서도 자기만 만족하면 상황을 멋대로 종료시킬 확률이 높다.
예기치 않은 하룻밤을 보낸 뒤 상대가 ‘정리와 평가’의 시간을 갖고자 전화를 하면 마치 스토킹이라도 당하는 듯 피하며 뭉개는 사람은 섹스에서도 뭉기적거리다 날밤 새우기 마련이다.
회사 동료의 팔뚝을 보고 “와, 진짜 굵다. 내 거랑 함 대보자”고 하는 자는 중요한 순간에 “와, 진짜 무겁다. 몸무게 얼마니?”라고 물어 성욕 감퇴는 물론 염장까지 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악의 상대는 그 모든 걸 합해놓은 성격의 소유자다.
다행인 것은 잠자리 매너가 좋은 자는 일상에서도 성격이 빛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꼭 자봐야만 섹스 태도를 알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의 매듭을 잘 짓는 자는 섹스에서도 수위와 완급 조절을 잘한다. 깔끔한 사람은 피임과 그 뒤치다꺼리도 흔적 없이 잘한다. 낙천적인 자는 자기가 좀 ‘달려도’ 상대를 들볶지 않으며, 과감한 자는 할 때와 멈출 때를 알고, 모험심 많은 자는 각종 체위를 시도한다.
뿐만 아니다. 주도면밀한 자는 조명부터 이불까지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놓고, 섬세한 자는 전희와 후희에 충실하며, 믿음이 강한 자는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다. 파트너가 이 중 하나라도 특징으로 갖고 있다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 한번에 모든 걸 얻으려고 욕심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생에는 복병이 있다. 콘돔 사용법부터 알려주며 엉덩이 두드리고 코 닦아 그럴듯하게 키워놨더니, 뾰르르 날아가버리는 상대도 있다. 한마디로 남 좋은 일만 시킨 거다. 해도 어쩌랴. 누군가 잘 훈련시켜놓은 상대를 얻는 요행을 기대할 수밖에...
<한겨레>
출처 : 한완수성건강센터/건강가족상담지원센터
글쓴이 : 성전문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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