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저자가 낙태아의 심정으로 기록한 시입니다. |
저도사람이예요 |
김성한 |
어렴풋이,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였어요. 알 수 있었죠. 기분이 아주 나빴거든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날 둘러싸고 있는 평안함은 이미 없었어요. |
공포영화 본 적 있죠? 죽은 줄 알았던 괴물이 마지막에는 꼭 나타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
아주 짧은 순간이었어요. |
위험 |
난, 피할 수도 도망할 수도 없었어요. “이건 아니에요. 살려주세요.” 마음속으론 이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그저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발버둥칠 뿐 비명도 지를 수 없었어요. |
침묵 |
입으론 양수가 쏟아져 들어왔어요. 숨은 가빠지고, 터질 것같은 고통이 가득 차 올라왔지만 아무도 내 곁엔 없었어요. “사랑해!”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도 날 지켜줄 줄 알았던 그녀도 |
어디 계셨죠? |
집게의 날카로운 이빨이 내 다리를 아, 내 작은 발을 잡아 찝고 있을 때 |
조각난 내 몸이 양수 속을 둥둥 떠다니며 펌프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
어디 계신거죠? |
히포크라테스의 흉상 앞에서 선서한 손이, 실수를 용납하지 않은 반짝이는 눈이 날 추적하며 깨끗하고 말끔하게 지우고 있을 때 |
구원 |
좋아요. 내가 죽어야 당신들의 세상, 당신들만의 천국이 안전할 수 있다면 날 죽이세요. |
세상은, 늘 죽어줘야 할 누군가를 원했으니까요. 예루살렘, 뻬이찡, 캄푸치아, 아우슈비츠 그리고 자궁 |
그래요. 이젠 어머니 뱃속에서 사라져 가요. 당신들의 천국, 당신들만의 세상을 뒤로 하고 vacuum or curettage의 방식으로 |
난, 베비라 유아복 입어볼 수 없는 거죠? |
출처 : 한완수성건강센터/건강가족상담지원센터
글쓴이 : 성교육전문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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