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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낙태아의 심정을 시로표현한 시..

황금천 2009. 12. 27. 23:10
이 시는 저자가 낙태아의 심정으로 기록한 시입니다.
저도사람이예요
김성한
어렴풋이,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였어요.
알 수 있었죠.
기분이 아주 나빴거든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날 둘러싸고 있는 평안함은
이미 없었어요.
공포영화 본 적 있죠?
죽은 줄 알았던 괴물이 마지막에는
꼭 나타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어요.
위험
난, 피할 수도 도망할 수도 없었어요.
“이건 아니에요. 살려주세요.”
마음속으론 이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그저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발버둥칠 뿐
비명도 지를 수 없었어요.
침묵
입으론 양수가 쏟아져 들어왔어요.
숨은 가빠지고, 터질 것같은 고통이
가득 차 올라왔지만
아무도
내 곁엔 없었어요.
“사랑해!”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도
날 지켜줄 줄 알았던 그녀도
어디 계셨죠?
집게의 날카로운 이빨이
내 다리를 아, 내 작은 발을 잡아
찝고 있을 때
조각난 내 몸이 양수 속을 둥둥 떠다니며
펌프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어디 계신거죠?
히포크라테스의 흉상 앞에서
선서한 손이,
실수를 용납하지 않은
반짝이는 눈이
날 추적하며
깨끗하고 말끔하게 지우고 있을 때
구원
좋아요.
내가 죽어야
당신들의 세상,
당신들만의 천국이 안전할 수 있다면
날 죽이세요.
세상은, 늘
죽어줘야 할 누군가를 원했으니까요.
예루살렘, 뻬이찡, 캄푸치아, 아우슈비츠
그리고 자궁
그래요. 이젠
어머니 뱃속에서 사라져 가요.
당신들의 천국,
당신들만의 세상을 뒤로 하고
vacuum or curettage의 방식으로
난, 베비라 유아복
입어볼 수 없는 거죠?
출처 : 한완수성건강센터/건강가족상담지원센터
글쓴이 : 성교육전문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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