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회복지법인 은평천사원(원장 조규환)의 50주년준비위원회(위원장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워크�(2008년 6월 14일/ 홍원연수원)에서 발표된 강의안입니다.
필자는 2009년에 50주년을 맞이하는 은평천사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복지법인으로 발전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필자는 은평천사원이 출판부를 만들어서 ‘이야기 사회복지’(1993년)를 출간하기 전부터 은평천사원을 지켜보았고, 은평천사원 출판부가 ‘인간과복지’란 출판사를 통해서 발전하는 과정에 저도 함께 성장한 것에 감사를 표합니다.
은평천사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복지기관을 넘어 지구촌복지의 산실이 되길 희망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 은평천사원을 모델로 하였지만, 한국의 사회복지기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도 참고하길 빕니다.[필자 의견]
변화하는 사회복지기관의 사회적 책임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1.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 은평천사원은 50여년간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발전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장애인복지시설과 특수학교, 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병원, 재활체육센터, 청소년수련관, 노인복지센터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한국 사회복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은평천사원 출판부, 인간과복지는 한국 사회복지학의 지평을 넓혔다.
- 하지만 오십년 안에 현재와 같은 고아원, 양로원, 재활원은 살아질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섬’처럼 존재하는 복지시설은 고립되고, 지역사회에서 ‘마당’처럼 존재하는 복지시설은 발전할 것이다.
- 이제 사회복지기관은 일차적 서비스대상자에 대한 욕구충족을 넘어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주민과 함께 복지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50년의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은평천사원은 백년, 오백년을 준비해야 한다.
2. 중심은 복지시설에서 가정과 지역으로 바뀐다.
- 입소형 사회복지시설이 사라지고, 가정형 서비스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해방후 한국의 아동복지를 주름잡았던, 아동양육시설은 국내입양,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소규모 아동양육시설로 대체될 것이다.
- 2004년에 합법화된 지역아동센터는 이미 전국에 2,700여개소이고, 지역아동센터를 위한 국가의 예산은 500억원을 넘어섰다. 1991년에 법제화된 영유아보육시설은 이미 전국에 30,000개소이고, 보육예산은 1조 5천원을 넘어섰다.
- 양로시설은 요양시설로 대체되고, 고령사회에서는 소규모 다기능 노인복지센터가 중심이 될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정착되면 모든 노인은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하기 보다는 가정에서 살면서 필요한 서비스(요양, 간호 등)를 선택적으로 받게 될 것이다.
- 특정 장애인만 함께 사는 장애인 생활시설은 점차 축소되고,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서 독립생활을 하려는 장애인이 늘어날 것이다. 장애인의 유형과 수준 그리고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야만 복지기관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3. 서비스의 조치와 제공은 개인의 선택으로 바뀐다.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혹은 사회복지시설이 거의 일방적으로 했던 서비스 조치나 제공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바뀔 것이다.
- 가정형 서비스와 재가복지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의 선택은 가족(부모, 보호자, 연고자)의 의사에서 당사자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바뀔 것이다.
- 영유아보육사업, 지역아동센터,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은 가족 속에 있는 개인인 영유아, 아동, 노인의 보다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 아동학대, 아내학대를 비롯한 가정폭력, 성폭력 등을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서비스는 전통적인 가부장제도를 극복하고, 평생 동안 평등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 가족 속에서 아동이란 이유로,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았던 사람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비스 내용이 다양화되고 있다.
-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시행으로 “단지 장애인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범죄가 되었고, 이제 사회복지기관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는 소극적 수준이 아닌 생활 속에서 광범위하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4. 오프라인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바뀐다.
-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촛불집회’에서 본 바와 같이 국민들은 이미 인터넷, 모바일로 소통하고 있다.
- 현물이나 현금을 제공하는 복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정보를 주며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가르치는 복지가 점차 강조되고 있다. 은평천사원이 운영하는 인간과 복지는 이미 ‘알아야 챙기는 산재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복지의식을 심어주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 오프라인 방식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해서만은 기관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어렵다. 복지대상자, 주민과 시민으로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 온라인 서비스는 제공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참여자 중심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명함판 사진과 같은 홈페이지나 제공자가 중심이 되는 소식만으로는 소통하기 어렵다.
- 온라인 사업을 새롭게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모든 분야에서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사이버강좌를 별도로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오프라인강좌의 동영상을 담아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면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5. 한국 기준에서 지구촌 기준으로 바뀐다.
- 사회복지사업법,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과 함께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장애인권리협약이 중심이 되는 사회복지로 바뀐다. 국내법에 맞는 서비스 기준만으로는 부족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 세계적인 기준이 한국인의 관습과 정서에 부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밑에 사람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는 새로운 관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유엔, 세계무역기구, 세계보건기구, 국제노동기구 등이 설정한 기준에 맞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를 늘 자문해야 한다.
- 복지대상자와 서비스제공자를 한국 내에서만 찾지 않고, 지구촌 전체에서 찾아야 한다. 예컨대 천사원이 네팔아동과 청소년을 위해서 기초교육, 보건의료, 주거제공사업을 한다면 자원동원은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에서 찾아야 할 것이고, 핵심인력도 한국과 네팔 그리고 주변국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6. 누구에게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가?
- 서비스 대상자, 고객에게 최선의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늘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비스 대상자 혹은 고객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사회복지법인 은평천사원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해당 분야 다른 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고품질, 고품격인지에 대해서 성찰해야 한다.
- 서비스 대상자의 가족과 관계인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동의 부모와 연고자, 노인의 가족과 자녀, 장애인의 가족과 관계인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를 늘 점검해야 한다. 기관 운영자와 관리자라면 직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지역사회에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복지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은평천사원은 ‘은평구의 복지’와 서울시의 복지에 대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은평천사원이란 울타리를 넘어서서 주민과 함께 숨 쉬는 복지기관, 복지공동체의 산실로 발전시켜야 한다.
- 지구촌의 복지를 위해서 무한한 도전을 해야 한다. 해방과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외국인과 외국 원조단체들이 한국인의 복지를 위해서 노력했듯이 우리는 한국내에 있는 외국인과 지구촌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7.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가?
- 국가가 지원한 금액과 후원자가 제공한 돈을 투명하게 쓰는 것을 넘어서서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 단순히 회계의 투명성만을 높이는 수준에 만족해서는 안 되고, 전체 예산이 효율성, 효과성에서 적정한 지에 대해서 내부와 외부 전문인력에 의한 평가를 매년 수행해야 한다.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무엇을 더 해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우리가 복지대상자와 주민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를 성찰해야 한다. 천사원은 후원자 개발, 카드판매 등을 통해서 자원개발을 하였고, 서비스 대상자에게 크게 공헌하였다.
- 은평천사원이 지역사회에서 모든 주민을 위한 복지기관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때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복지계는 실직자, 노숙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다. 그동안 종교계, 여성계,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계가 복지로 지평을 넓히면서, 사회복지계는 지역복지운동에서 변방으로 몰리고 있다.
- 사회복지법인은 본디 사회적 취약계층의 복지를 중심으로 복지운동을 한 비정부기구(NGO)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복지사업체, 민간업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 사회복지기관이 주민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등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지역사회복지계획의 수립, 집행, 모니터링, 평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복지계의 대표를 넘어서서 지역복지운동의 중추세력이 되어야 한다.
- 모든 직원은 늘 공부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사회복지사” 상을 정립해야 한다. 은평천사원 직원은 은평천사원 출판부와 인간과복지에서 나온 출판물만 잘 읽어도 한국 사회복지계를 선도하는 복지인이 될 것이다.
- “생각의 속도”로 일하고,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는 복지인이 되어야 한다. 은평천사원의 수백명의 직원은 각자가 “생각의 속도”로 일해야 한다. 직원은 시설장이나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관행에 따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일해야 한다. 각자가 복지기관이라는 책임성을 인식해야 한다.
-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지구촌 사람들이 알 수 있게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홈페이지를 최소한 한국어, 영어로 서비스를 해야 한다. 특히 영문 서비스는 기관소개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실질적인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 기관차원에서 ‘사회봉사단’을 만들어서 지구촌의 위기에 긴급구조활동을 하고, 사회복지법인에 ‘사회공헌위원회’와 ‘사회공헌팀’을 두어서 기관의 이익이 아닌 지역사회와 지구촌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은평구에 사는 장애인에게 보장구를 제공하거나 수리하는 일은 물론이고, 베트남에서 지뢰로 발목을 잃은 아동에게 목발이나 휠체어를 제공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매 5년에 한번씩 은평천사원 사회공헌백서를 만들어서 세상에게 내 놓아야 한다.
- 지금도 잘 하고 있는 사업에 전문성을 더욱 키워야 한다. 예컨대, 은평천사원은 장애인과 관련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특수학교, 재활병원, 재활체육센터 등을 갖춘 기관은 대한민국에 거의 없다. 그 특징을 최대한 발전시켜서 한국 최고의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각 기관에서 하는 서비스를 혁신할 뿐만 아니라, 각 기관이 협력하여 사업을 기획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은평천사원 출판부, 인간과복지도 한국 사회복지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사회복지학 전문출판사에서 휴먼웰페어 전문출판사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행에 맞추어서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고, 교육문화분야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재와 교양서적을 넘어서서 모든 시민들에게 복지의식을 심어주는 복지문화컨텐츠사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직원의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은평천사원 인재개발원을 두어서 자체 교육을 시키고, 직원이 대학원 진학, 외국 유학, 자격증 취득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장학기금을 만들어서 지원해야 한다. 국내외 유명 장학재단(예, 훌브라이트장학금) 등의 협력을 받아서 직원교육을 발전시킨다. 점차 젊은 시절에 도움을 받은 직원이 후배직원들에게 내리사랑을 할 수 있도록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대학교의 연구년 제도를 모방한 연구기간제도를 도입하고,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연구나 활동을 한 경우에는 파격적으로 지원하여 인재를 내부에서 양성하도록 한다.
- 옛 말에 큰 나무 밑에는 큰 나무가 없지만, 큰 사람 밑에는 큰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은평천사원의 발전은 조규환 원장님의 헌신적인 활동과 지도력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백년을 기약할 때 조규환 원장님의 뜻을 이어갈 탁월한 지도력을 발굴해야 한다. 은평천사원의 정신을 은평과 서울을 넘어 지구촌에서 펼칠 수 있는 지도력을 개발해야 한다. 연고를 넘어서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만이 조직이 살 수 있는 왕도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여러분이 은평천사원을 대표하는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6월 11일 작성, 6월 14일 발표]
이용교
lyg29@hanmail.net 010-2071-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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