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이버대학교

2007 장애통합교육 수기 공모 학부모 으뜸상-특수교육학과 4학년 정영애

황금천 2008. 1. 10. 22:40

 

http://www.dcu.ac.kr/cyberboard/ilban.htm - 일반공지

 

 

글쓴이   담당자 (sped1@dcu.ac.kr) ( 2008/01/08 16:17, Read : 48, Memo : 0 ) 
제목   2007 장애통합교육 수기 공모 학부모 으뜸상-특수교육학과 4학년 정영애
                                           - 2007 장애통합교육 수기 공모 학부모 부분 으뜸상 -

학과 : 특수교육학과
성명 : 정영애
주최 :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SK, 보건복지부

제목 : 다시 태어나도 너는 내 소중한 딸이어라!

아래 내용은 우리 학과 학생(정영애)분 장애아 통합교육 부분 수기 공모에서 수상한 작품입니다.

-----------------------------------------------------------------------------------------

                                               태어나도 너는 내 소중한 딸이어라!
 

                                                                                                                       정 영 애


-읽어 보시고 너무 충격 받으셨지요?-
-저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제가 이렇게 충격 받았는데, 어머니 맘 많이 아프시지요?-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소정이가 더 걱정 되네요-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계속 이어지는 담임선생님의 위로 문자를 바라보며 자꾸 손가락이 떨렸다. 아니, 온몸이 오한으로 떨려왔다.  
-선생님, 아이들 맘, 다 이해해요-
-저, 괜찮아요. 충격 안 먹었어요. 안심하세요. 호호 -
-소정이 감싸주시다 아이들한테 선생님이 오히려 미움 받는군요.-
더듬더듬 모음과 자음을 찾아 아무렇지 않은 듯 답장 문자를 보냈지만 뜨거운 눈물이 휴대폰의 문자를 적시고 있었다.
마음 하나 붙일 곳 없이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는 딸의 해맑은 얼굴이 유리 조각처럼  밟혔다. 

딸은 정신지체 2급의 14살이다.
올해 통합교육을 위해 도움실이 있는 일반 중학교에 입학했다. 
특수학급이 없던 초등학교 때, 아이들한테 너무 많은 무시와 시달림을 당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도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입학 후 담임선생님과 도움실의 특수교육 선생님, 따뜻한 목소리의 보조 선생님 두 분을 만나고 나니 아이를 학교 보낸 후 처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심이었다. 
이젠 아이가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정신연령이 낮은 딸의 여러 문제 행동으로 반 아이들이 유쾌하지는 않았겠지만 그 중엔 이유 없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소수 몇 명이 늘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담임선생님과 도움실 선생님께서 딸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고, 왜 소정이만 봐 주냐며 아이들은 반발했다.
물론 문제는 딸이 안고 있었기에, 나는 조심스레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인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선생님께 의논을 드렸었다.
선생님은 일단 반 전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 소정이에 대해 쓰고 싶은 말들을 써 보게 하셨다.
아이들의 마음을 대충 알아야 할 것 같아서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착하고, 순수해요 하시며 항상 자랑스러워하시던 담임선생님도 아이들의 생각이 그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하셨다.
도움실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께서도 읽어보시곤 많은 충격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날 저녁, 딸아이가 전해 준 30장의 종이를 하나하나 읽어 보았다. 
몇 장을 제외하곤 모두 내 가슴을 향한 총구였다.
스치기만 해도 뭉텅 살점이 베어나가는 칼날이었다.
친구들이 자신한테 쓴 편지라며 좋아하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지도 안했던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소정아, 우리 학교 그만 둘까?”
“왜? 싫어. 다닐거야.” 투정부리듯 어깨를 흔들며 딸은 내 품에 와락 안긴다.
평소 같지 않은 엄마의 눈빛에 동물적 본능으로 일말의 불안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집에서는 얼마나 예쁜 딸인가?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를 또박또박 가려서 할 줄 알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예쁘게 인사하는 딸, 하다못해 아파트 경비실 아저씨가 멀리 보이면 쫓아가서도 인사하고 오는 딸,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는 딸이다.
내가 식사준비를 하면 식탁에 수저를 놓고,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 조물조물 어깨를 주물러주며 볼을 부비는 딸.
2*9=? 하면 2*1=2부터 몽땅 쓰면서 외워야 그 음률에 맞는 2*9=18을 찾아내는 딸.
이제, 겨우 한글을 떼어 길가의 간판을 점자처럼 읽어가는 딸.
같이 산책 할 때는 휴지와 담배꽁초를 줍는 딸.
그런 딸에게 쏟아진 반 아이들의 불만과 미움은 차라리 저주에 가까웠다.
아이들 공통의 불만은 욕하는 것과 수업 중에 산만하다는 것이었다.
짐작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아이들의 놀림과 왕따로, 순했던 아이가 한두 마디씩 욕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반복학습으로 터득되는 딸의 특성상 아이들이 욕 하는 것을 자꾸 들으면서 자연스레 욕을 배우게 된 것 같았다.
초등 5학년 때는 억지로 구구단을 외우게 했더니 대뜸 엄마인 내게 욕을 했다. 
일반아이들은 선생님 몰래, 또는 안 들리게 요령껏 욕을 하지만 딸은 의미도 모르면서 눈치 없이 대놓고 하니 문제였다.
그래서 손바닥까지 맞아가며 나쁜 말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 이제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집에서는 욕을 사용하지 않으니 몰랐었다.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보다 어렵고 힘든 수업분위기가 아이를 지루하게 만들었을까?
반 아이들 대부분이 딸아이를 불쾌해 했고, 다른 곳으로 사라지길 바라고 있었다.
감기가 심하게 들어 콧물 흘렸던 것까지 진저리를 치며 더러워했다.
딸의 등을 토닥거리며 여기까지 걸어 온 시간의 한 가운데에 무릎을 꿇었다.
정신지체2급의 장애판정을 받던 날,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맹세했다.
‘널, 아나운서로 만들거야!’
말 한마디 못하는 아이를 업고,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으며 아이의 입을 열려고 기를 쓰고 달려왔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빛바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겨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던 꼭대기에서 누군가 등을 확 밀어 굴러 떨어진 느낌이었다.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고 장애는 특정 어느 개인에게만 일어날 뿐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장애인과 왜 같이 공부를 해야 하느냐며 아우성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뜬금없이 돈이면 다냐? 고 쓴 아이도 있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돈을 주고 학교에 입학시켰다고 믿는 아이들이었다. 
지금이라도 장애인만 있는 특수학교에 보내라고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애인 때문에 정상인인 우리가 피해를 본다고 아이들은 입을 모아 외치고 있었다.
한 장씩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인정머리 없이 쓴 아이들이 원망스러워 나는 아팠다.
물도 안 넘어갈 만큼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한 사나흘 앓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맑아져왔다.  
그리고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딸과 인연이 있어 한 배를 타게 된 아이들을 내가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다. 그래서 보고 느낀 점들을 있는 그대로 쓴 것뿐이다.
단지 어려서부터 장애에 대해 교육 받을 기회가 없었고, 학습이 없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도 어려서부터 장애에 대한 인식을 하나의 학과처럼 교육시켜야 한다.
장애는 나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건강한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했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우리와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나가야 할 똑같은 인격체라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니 스스로도 부끄러웠다.
내일, 이 편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그들의 마음속으로 성큼 발 하나를 들이밀 어 볼 참이다.

                           1학년 1반 친구들에게                 
               
얘들아, 안녕^*^
더운 여름이 지나고 벌써 가을의 문을 여는 9월이구나.
소정이 엄마란다.
먼저, 소정이로 인해 거슬렸던 점이나 피해를 보았던 친구들에게 엄마인 내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구나. 반 친구들이 소정이에 대해 나름대로 쓴 글들을 읽어보았단다.
‘도움실반이니까’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친구들부터 조금은 불쌍하다는 친구, 소정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친구들까지 모두 솔직한 마음들을 담아 주어서 잘 읽어 보았단다.
어쨌든 소정이로 인해 불편했었으니 엄마인 내가 친구들에게 참 미안하구나.
그래서 소정이가 이렇게 된 원인을 간략히 설명을 할까 해.  
그러면 소정이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소정이도 태어 날 때는 여러분과 똑같이 정상적으로 태어나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 
었단다. 그러다가 소정이가 세 살 때였지. 며칠동안 심하게 열이 나기 시작했단다.
계속 병원에 다니고, 약 먹이고 ...그래도 40도씩 오르는 열이 내리지 않았지.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열 경기를 하며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버리더니 까만 눈동자가 없어지며 한 순간에 숨이 뚝 멎어버렸어. 
그때 엄마인 내 심정이 어땠을까?
나는 거의 미친 듯이 울며불며 숨이 멎은 아이를 보듬고 5층에서 1층까지 맨발로 뛰어내리다시피 거리로 나왔단다.
이미 소정이가 죽었다고 생각한 나는 소정이의 태어난 날을 머릿속으로 막 더듬었단다.  이렇게도 짧게 살다가 내 곁을 떠나려고 너는 내 딸로 태어났단 말이니?
119에 실려 병원으로 가면서 하느님 부처님 다 찾으며 기도했단다. 
이 아이 목숨만 살려준다면 뭐든 하겠다고, 내 생명이라도 바치겠다고....
병원에 가는 도중 응급조치를 받으며 숨이 돌아왔는데 소정이의 작은 몸은 자줏빛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단다. 온몸을 떨면서 우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다시 돌아와서 고맙다고,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그런데 문제는 한창 ‘엄마 아빠’ 재잘거리던 아이가 말을 잃어버린거야.
짧은 시간동안 숨이 끊기면서 뇌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뇌세포가 파괴되고 충격이 간 거지. 마치 운명처럼 순식간에 모든 게 바뀌어 버렸지.
말 뿐 아니라 신경도 둔해져서 아이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어.
그만큼 뇌는 우리 인체 모두를 다스리고 있는 중요한 기관인거지.
아기였던 소정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 ‘엄마’조차도 부르지 않으며 나무처럼 자라고 있었지.  
그때부터 말을 잃어버린 소정이를 데리고 병원과 여러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언어교육과 치료교육을 시작했단다.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아이의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려고 애쓰며 몸부림쳤단다.
아마 다른 엄마들도 이런 상황이면 죽을힘을 다해 아이에게 매달렸을거야.
얘들아. 
소정이는 자신의 말이나 행동들이 친구들에게 어떤 피해가 간다는 것 자체의 판단력이 아직 없단다. 그래서 지금 하나하나 가르쳐가는 과정인데, 그 길에 1반 친구들이 동행을 하게 된 거란다. 
우리 모두 각자 성격과 생김이 다르듯, 좀 불편하더라도 소정이의 부족한 말과 행동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주면 안될까? 
물론 소정이의 올바른 언행을 위해 아줌마와 모든 선생님들께서 애쓰시고 계시니까 여러분들도 조금만 마음을 열어준다면 정말 고맙겠는데....
아줌마도 학교 다닐 때 장애가 있는 친구와 같은 반이었던 때가 있었어.
말을 더듬거리고, 발도 절뚝거리며 자꾸 친구들에게 돌을 던지는 아이였지.
그땐 아줌마도 철이 없어서 그 아이를 많이 미워했었어.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같이 짝이 될까봐 겁을 내며 학교에 다닌 기억이 어렴풋이 기억나거든.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했던 것 같아.
친구가 없어 외로우니까 관심을 끌기 위해 자꾸 말썽을 피운거지.
사실 아줌마도 ‘장애’라는 낱말조차 모르고 살다가 소정이로 인해 많은 공부를 하면서, 정상인도 한 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장애인’의 반대말이 정상인이 아니고 ‘비장애인’ 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
아줌마는 다시 태어나도 장애가 있는 소정이를 내 소중한 딸로 지켜주고 싶어.
얘들아,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소정이를 바라보면 안 될까?
그러면 아줌마도 소정이 손을 잡고 한 계단씩 씩씩하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구나.
소정이가 중학교에 들어와서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건 여러 친구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소정이가 좀더 발전될 수 있도록, 아줌마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꼭 쥐고 갈 수 있도록 여러 친구들의 작은 응원을 바란단다.
두서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얘들아, 사랑해!

-----------------------------------------------------------------------------------------
< 윗 글 > 2007학년도 DCU봉사활동 후기공모전 당선자 발표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