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국민학교시절, 방과 후 출출한 배로 교문을 나서면 뿌리칠 수 없던 '달고나'의 유혹이 아직도 생생하다. 별이나 하트 등 크기와 모양이 다른 것들을 주택복권 뽑듯이 정했는데 거북이 같이 큰 놈이 찍히면 탄성을 질렀다. 지금도 유해색소나 방부제가 가득 든 총천연색 아폴로나 쫀득이라는 100원, 200원짜리 불량식품이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젠 불량식품이 아예 교문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매점이나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간식은 대개 설탕이나 지방덩어리 과자나 청량음료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학교근처에는 근사한 레스토랑 분위기까지 갖춘 햄버거나 치킨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이 산재해있어 아이들 생일파티장 노릇을 한다.
학교 주변 200m가 '식품안전보호구역(Green food zone)'으로 지정되고 구내매점이나 자판기에서 탄산음료와, 지방이나 당류가 많이 든 과자, 패스트푸드 등의 판매가 금지된다는 소식이다. 비만아, 소아당뇨, 고혈압이 늘고 식중독으로 단체급식이 위협받자 식약청은 2010년까지 건강저해 식품인 과자나 청량음료와 패스트푸드의 광고와 판매를 제한하고 단체급식의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기위한 어린이 먹을거리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우리 집 주 간식거리는 일 년 내 먹는 쑥떡과 현미가래떡, 유기농 김치만두와 군밤, 고구마와 과일들이다. 봄이면 하루 날을 잡아 가족들이 들에 나가 온종일 뜯은 무공해 쑥으로 근처 방앗간에서 쑥인절미를 만든다. 적당한 크기로 나누어 냉동실에 얼려놓고 꺼내 플라이 팬에 구워먹는데 진한 쑥 맛이 일품이다. 일본 나가사키에 여행 갔을 때 안내인이 원폭투하로 '쑥밭'이 된 나가사키에 제일 먼저 돋아난 풀이 바로 '쑥'이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쑥은 그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인데 연구결과 항산화와 항염, 항균력 등의 면역성분이 많이 함유된 건강식품으로 밝혀졌다. 겨우내 먹는 간식으론 호박고구마와 군밤이 최고인데 아산의 거산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유기농사를 지어 성탄선물로 보내주었다. 5년 전부터 거산에서 주말마다 매월 한 차례씩 '노래하는 환경교실'을 열어왔다. 연말엔 6학년 졸업생 20여명이 들이 감사의 편지를 써서 책으로 묶어 줘 날 행복하게 해 주었다(사진). 세계최고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집 유기농김치만두는 수시로 가족들이 둘러앉아 함께 만든다. 이런 간식들은 아무리 먹어도 이가 상하지 않고 실증이 안나 아이들도 정말 좋아한다. 과자류는 한살림에서 사온 통밀 두부과자나 마늘빵이 인기다. 올 봄엔 가족들이 모두 가까운 들에 나가 누가 자기 바구니에 먼저 쑥을 가득 채우나 내기를 해 일 년 먹을 건강간식을 직접 마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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