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은 분명 좋은 습관이고, 어떤 일을 최대의 효율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어떤 특정한 한 분야에만 집중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시대에서는 한 우물만 파는 자세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이다. 그중에서 대학생들은 언제나 자신이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과거의 사람들이 바래온 '팔방미인'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사람들이 바랄 '전문가'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인지 헷갈려하고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의 삶만 가지고 생각해보았을 때 조금 더 자기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더 많은 만족감을 얻고 더 많이 기록으로 남기고 더 많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한 우물만 파는 것이 훨씬 좋다. 자기가 하는 일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로 혹은 놀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혹은 만들기를 준비하는 일'을 말한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아르바이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지금 컴퓨터 앞에 앉은 나의 블로그 포스팅이나 대학생의 학교 공부 그리고 자기만의 능력을 위해 곁가지로 배우는 웹디자인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같은 일들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밥상 위에 반찬을 계속해서 차려 놓는다. 주위를 보는 눈은 기술의 혜택으로 더 넓어졌기에 하고 싶은 일은 많아지고 걸어가는 우리들의 손을 붙잡는 호객꾼은 온오프라인 전방에서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그런 유혹에 이끌려 우리는 일을 시작한다. 물론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므로 좋은 반찬을 예쁜 그릇에 담아 상에 올려놓는다. 만약 그런 일들이 주로 내 스스로 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아 그 기관에 돈을 지불하는 일일 경우가 대다수라면, (예를 들어 갑자기 살을 빼야 한다는 충동에 시작한 댄스 강좌라던가, 평소에는 관심 없었는데 주위에서 다들 사서 나도 한번 사보는 하이탑 스타일 등등) 차려놓고 먹지는 않아 결국 썩어버릴 반찬들을 상 위에 올려놓는 셈이 된다. 반찬을 상에 올려놓았으면 우리는 주식인 밥과 함께 그 반찬을 오늘 안에 다 먹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많아지면 다 먹지 못한다.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 컴퓨터와 같은 기계라면 MS 윈도우처럼 작업표시줄에 여러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모두 꾸준히 관리하면서 실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1분도 안 걸릴 작은 일이라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있는 '자기가 하는 일'은 몇주 혹은 몇달, 심지어 몇년에 걸쳐서 하기로 계획하는 일을 말한다. 컴퓨터조차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면 CPU가 분산되어 속도가 느려지는데, 인간은 어떻게 되겠는가. 아예 다운을 먹고 시스템 강제종료행이다. 성취하고 기록하는 것 하나 없이 돈과 시간만 날리고 피로만 쌓인다.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스스로 겸손하게 인정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컴퓨터와 같이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어야 고작 3개 정도에 불과하다, 라는생각을 먼저 하고 있자. 밥상에는 밥과 국 그리고 세 첩 반찬만 올려놓는다고 먼저 자기를 제약하는 것이다. 나중에 배고프면 그때 가서 더 사먹던지 하자는 여유분을 남겨놓고서 일단 밥상에 올린 반찬 세 첩은 골고루 깨끗이 다 먹는다고 생각하자.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은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보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첫째로 중요한 목표이고 그를 위해서는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전에 '안하기로 결정한 일'이라는 포스트를 쓴 적이 기억 나는데, 그것 또한 이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중요한 두 번째 걸음은 지금 내가 정신과 신경을 일정량 할당해야 하는 일들 중 끝낼 수 있는 것들을 빨리 끝내고 없애는 것이다. 앞으로 몇달 간 외국 여행을 떠날 내가 마지막으로 집안의 가스나 등이나 콘센트 등을 점검할 때의 느낌을 되살려, 그 느낌으로 잡다한 일들을 모두 없애고 무결성의 공간을 남겨놓아야 한다. 집중이란 한 가지 일에만 정신과 신경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들이 많다면 그 일들에 대해 각각 한 번씩 정신이 갔다 왔다를 계속 반복하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는 집중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여러 가지 일을 한다면 그만큼 계획을 잘 세워서 여러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판이하게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잘 하려면 몇몇 일들은 한가지 큰 일의 하위 분야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여야 한다. 사람의 정신과 습관이 계획을 따라잡지 못하면 그 계획은 유용성이 하나도 없는 계획이다. 예전에 방학시간표를 세울 때 느꼈던 그 느낌을 되살려보면 이 이야기는 하고 또 하는 지루한 이야기다.
나아가 현재 자기가 집중한 그 한가지 일의 강도를 세차게 높여서 내가 그 일에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중에는 내가 그 일을 예전에는 혼자 쉬엄쉬엄 했는데 이제부터 그 일의 성취도를 다른 사람이 평가하도록 하거나, 평소에 하던 일을 어떤 시험 점수나 자격증과 연관시키거나, 그 일을 주변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으로 범위를 확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하는 일을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 광고하거나, 하는 일을 비즈니스 차원으로 승격시켜 조금 더 구체적인 시스템이나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집중한 일들의 성취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 방법을 많이 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은 티끌 하나 없는 도시 안의 건물 속 하얀 방이다. 외부의 자연환경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함부로 아무나 들어오지 않으며 천장과 벽에서는 보일러와 에어컨이 측정된 온도와 습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균형을 맞추어가고 있는 평온한 방, 만약 그런 방이 있다면 나는 최고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주의가 분산될 염려가 전혀 없는 공간은 적어도 나에게는 상상 속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뿐이다. 복잡하고 어지러진 현실 속에서 그래도 최대한 뾰족하고 깔끔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있기에 그에 따른 대가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 출처 와플 메이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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