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복지동향, 2008년 12월호 특집
정기국회 사회복지 보건의료 쟁점법안
아동복지법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2008년 10월 27일에 ‘아동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처럼 아동복지법이 전면적으로 바뀐 것은 1961년에 제정되었던 아동복리법이 1981년에 아동복지법으로 개정된 이래로 가장 큰 변화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같은 날 ‘청소년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과 ‘청소년활동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처럼 보건복지가족부가 아동․청소년 관련 3개 법률을 동시에 개정하려는 것은 아동․청소년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다.
1. 아동․청소년정책 통합의 제도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아동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의 개정이유로 “사회투자정책의 핵심인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통합적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추진체계를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아동․청소년 중심으로 공공 및 민간전달체계를 정비하고,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직접적이며 실효성 있는 복지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을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일부 입법적 미비사항을 정비하여 아동·청소년정책의 환경변화 등에 부합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아동․청소년정책의 환경변화에 부합하도록 기존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다. 2008년 2월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기존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정책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보육정책이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실로 통합되면서 아동․청소년정책은 큰 틀이 바뀌었다. 즉, 기존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은 아동․청소년활동정책관, 아동․청소년복지정책관으로 분화되었다. 이는 보육정책이 보육정책관실로 이관된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담당부서를 정한 것은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으로 구분하지 않고, 전체 아동․청소년을 위한 활동정책과 일부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위한 복지정책으로 분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실은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을 통합하여 아동․청소년복지법으로 개정하고, 청소년기본법과 아동복지법을 통합하여 아동․청소년기본법으로 개정하며, 청소년활동진흥법을 아동․청소년활동진흥법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이는 보육정책관이 담당하는 영유아보육정책의 기반이 되는 영유아보육법은 개정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따라서 아동복지법을 아동․청소년복지법으로 개정하려는 것은 기존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의 경계를 허물고, 아동․청소년활동정책과 아동․청소년복지정책으로 재 획정하려는 시도이다.
2. 아동․청소년복지법에서 쟁점
1) 아동청소년이냐? 아동․청소년이냐?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을 통합하면서 논란이 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아동청소년’으로 할 것인지, ‘아동․청소년’으로 할 것인지이었다. 당초 법안 연구팀은 아동과 청소년의 연령이 중복되고, 두 정책의 통합을 위하여 ‘아동청소년’이란 낱말을 만들었지만, “사전에도 없는 낱말”이란 비판과 함께 기존 법과 정책의 역사성, 가치성을 살려서 ‘아동․청소년’복지법으로 정립되었다. 이는 아동․청소년정책이 기존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통합시키면서도 그 역사성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법에서 아동․청소년은 아동복지법상 18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기본법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포괄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아동권리협약의 연령기준인 ‘아동’과 함께 개정 민법안의 미성년자(19세 미만)의 기준인 ‘청소년’을 포괄하고 있다. 즉 아동․청소년복지법은 기존 아동복지법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미성년자에게 포괄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아동․청소년복지의 현장은 주로 부모(혹은 보호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보호할 능력이 낮은 아동․청소년의 생존, 보호, 발달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에서 볼 때, 법 적용의 대상을 19세 미만으로 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 아동․청소년 통합지원 서비스
아동․청소년복지법안이 의미 있는 것은 ‘아동․청소년 통합지원서비스 구축을 핵심내용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아동복지법은 고아원에서 출발한 아동양육시설과 다양한 종류의 아동복지시설을 지원하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명목상 18세 미만의 전체 아동의 복지를 지향하는 아동복지법이었지만, 법 조항은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복지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아동복지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부과하였지만, 실제는 아동복지시설의 운영을 사회복지법인 등에게 위탁하였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필요한 소득, 보건, 교육, 주거, 여가 등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아동복지시설에 위탁해서 그 책임을 방임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체육부, 체육청소년부, 문화체육부, 국가청소년위원회 등이 청소년복지를 수행하면서, 보건복지부가 수행하는 아동복지와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가출청소년 등을 위한 보호와 같이 일부 영역만을 다루고, 청소년쉼터 등 청소년복지시설의 운영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은 기존 아동복지시설에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어떤 아동이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하면 생계급여를 받으면서 고등학교까지 교육급여를 받고, 병의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면 생계만 보장받고 교육급여와 의료급여를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두 개의 법체계가 다르기에 이러한 문제점이 많았는데, 이제 아동․청소년복지법으로 개정되면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아동․청소년복지법으로 개정하면서, “드림스타트사업 등을 포괄하는 아동․청소년통합서비스 근거 조항 및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아동․청소년 지원서비스 체계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드림스타트사업은 현재 시․군․구청이 중심이 되어서 시범사업으로 수행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전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아동․청소년복지를 위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저출산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바람직한 일이다.
3)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위한 복지
아동․청소년복지법으로 개정은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위한 복지를 더욱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하겠다는 것을 담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졌던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복지를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특별지원청소년에 대한 복지대책의 강화, 추가로 회복적 보호지원을 담고 있다. 아동을 학대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부모라는 점에서 친권행사의 제한, 아동학대 신고의무화, 응급조치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아동 학대를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학대받는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제반 조치를 법적으로 강화시키고자 한다.
개정 법안에서 강화된 것은 사회적·경제적·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특별지원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지원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법 개정으로 추가되는 서비스는 “비행·일탈 아동․청소년을 위한 예방적·회복적 보호지원”이다. 비록 아동․청소년이 비행․일탈행위를 하더라도 가급적 교육훈련과 치료재활을 통해서 이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밖에도 개정 법안은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사회에서 보다 잘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대부분 아동․청소년계가 꾸준히 요구했던 것을 법제화시킨 것이기에 아동․청소년복지의 진전이라고 평가된다.
3. 아동․청소년복지법의 한계와 과제
아동․청소년복지법 개정안이 아동․청소년복지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국 아동․청소년복지계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정안이 기존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을 단순히 통합시키고, 상호 중복되는 서비스 등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아동․청소년복지는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복지시설에서 수용하는 방식이 중심이고, 아동복지시설은 6.25전쟁 직후에 요보호아동을 ‘고아원’에서 돌보는 방식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 발생되지 않도록 아동․가족복지를 철저히 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 생기면 최대한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돕고, 부득이 본디 가정에서 돌볼 수 없을 경우에는 대안 가정에서 돌보는 방식이 아동․청소년복지의 원칙인데, 한국은 아직도 대안가정보다는 아동․청소년복지에서 수용보호하고 매년 천명이 넘은 영아를 외국으로 입양시키고 있다.
이제는 한국의 아동․청소년복지를 원리에 맞게 정립해야 한다. 첫째, 국가는 초저출산사회를 걱정하면도, 매년 새로 태어난 한국인의 0.3%이상을 외국으로 입양시키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고아라는 이유로, 미혼모의 자녀라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국으로 입양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 외국에 입양시킨 아동이 공식통계에 따르면 16만 명이 넘고, 비공식 통계로 20만 명에 이른데, 이제는 한국아동을 외국으로 입양시키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초저출산사회인 한국이 외국으로 아동을 입양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입양기관에게 국외입양을 통해서 기관운영비를 조달하도록 방임한데 있다. 입양기관에 대한 국가지원을 늘려서, 국내입양만으로도 기관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둘째, 18,000여명의 아동이 정원 100명가량 되는 230여개 아동양육시설(고아원)에서 살고 있다. 그중 2천명의 아동․청소년은 한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살면서,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전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 시설은 서울과 부산에 있기에 중학교는 추첨에 의해서 배정되고, 고등학교는 당사자의 선택에 의해서 일반계로 다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같은 초등․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대안의 가정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가급적 국내입양과 가정위탁을 통해서 가정에서 살고, 공동생활가정에서 살도록 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대안가정이나 가정형시설에서 양육하는 방식이 아동양육시설보다 훨씬 인간적일뿐만 아니라 경제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동복지의 방식을 바꾸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동복지정책의 문제점 때문이다. 위탁가정과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지원을 아동양육시설의 수준으로 높이고, 아동양육시설을 공동생활가정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기존 공간을 장애아동과 부적응 행동을 하는 아동을 위한 종합적인 이용시설인 아동복지관으로 발전시키면 한국의 아동복지를 한 단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셋째, 아동보호치료시설을 그 이름에 맞게 혁신시켜야 한다. 현재 아동보호치료시설은 소년원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아동보호치료시설에 아동의 문제행동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거의 없고, 교도소의 교도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보안요원’이 있을 뿐이다. 이제는 아동보호치료시설을 아동․청소년복지로 바꾸어야 한다.
입법 예고된 아동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정기국회 혹은 2009년 임시국회에서 아동․청소년복지법으로 입법될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수차례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였기에 통과될 것이다. 아동․청소년복지법안은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을 통합한 법이고, 아동․청소년계의 주장을 널리 반영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복지법안은 한국 아동․청소년복지에서 가장 큰 문제점인 국외입양의 중단, 아동양육시설을 대안가정으로 전환, 아동보호치료시설을 전문적인 치료기관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지 60년이 넘었고, 6.25전쟁이 끝난 지 5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230여개의 “고아원”(아동양육시설)이 남아있고, “해외입양”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는 초저출산사회를 맞이하여 국민에게 아동을 낳도록 독려할 것만이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동이 한국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은 우리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어야 한다.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lyg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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