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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직업이라서인지, ‘책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다. 거의 매일 알라딘에 들어가 [인문학 - 서지/출판/책읽기] 에 들어가 새로 나온 책이 없나 살피기도 하고, ‘책’, ‘도서관’이란 검색어로 책을 검색해 보기도 한다. 절판된 책들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기어코 찾아내고 만다.
이렇게 ‘책에 대한 책’에 환장하는 내가 항상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 그건 기존의 ‘책에 대한 책’들에 도서관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내 저자의 책의 경우는 더해서 아주 가끔 도서관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도서관이 글의 핵심 주제인 경우는 더더욱 드물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도서관이 빠져있으니, 사서로서 약간 자존심도 상하고 안타깝기도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도서관 문화가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일 터이다.
그러던 중에 얼마 전 눈에 띈 책이 있었으니 그 책이 바로 <책, 세상을 탐하다>이다. 여느 ‘책에 대한 책’과 달리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목차에서만 확인되는 도서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책을 꿈꾸는 도서관(허병두), 도서관 열쇠(김상욱), 삶의 등대 도서관 (이용훈), 도서관 찾아가는 날(이명랑).” 이 밖에도 책 곳곳엔 도서관 이야기가 솔찮이 나온다. 이렇게 국내 인사들의 새로운 도서관 이야기를 접한 것은 2006년 한국일보에 연재되었던 [나와 도서관]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도서관’ 이야기에 너무 기쁜 나머지, 발견하자마자 사서 읽어보니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도서관’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묶어낸 여느 ‘책에 대한 책’과 큰 차별성이 없어 보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들자 다른 이야기들도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다. 특히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두 만화가 파페포포의 심승현과 비빔툰의 홍승우의 책 이야기는 신선하고 독특했다. (좀 더 확대해서 ‘만화가와 책 읽기’란 주제로 책을 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서의 달 9월.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책, 세상을 탐하다>를 통해 독서의 다양한 맛과 향기에 취해보기를 권한다.
* 글 원문 보기 http://dlibrary.tistory.com/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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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세상을 탐하다/ 성석제, 장영희, 정호승 외 지음 / 평단 펴냄>
[목차]
제1부 중구난방 책 읽기 심승현 파페포포, 탈레스를 읽다 | 010 홍승우 책과 나무 | 020 전유성 책에 관하여 중구난방 스스로 묻고 답하기 | 026 이루마 내 인생의 책 | 033 성석제 책 도둑의 변명 | 041 정은숙 좀 즐기면 안 되겠니? | 047 송경아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 | 053 공병호 영원한 책 읽기 | 059 허병두 책을 꿈꾸는 도서관 | 065 김상욱 도서관 열쇠 | 071
제2부 척추로 책 읽기 이문재 척추로 읽읍시다 | 080 홍세화 세상을 보는 눈 | 087 하성란 정독의 시간 | 092 서정오 책값, 그래도 싸다 | 098 도정일 고독한 성찰과 불안한 의심의 극장 | 104 이병률 가슴에 품은 책 | 113 공선옥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 | 119 이용훈 삶의 등대, 도서관 | 125 안찬수 독서 삼매경이라는 것 | 131 장영희 문학 수난시대 | 138
제3부 책벌레의 책 읽기 조병준 책벌레의 인생 | 146 이명랑 도서관 찾아가는 날 | 152 최재봉 왜 침대를 그림이라고 하면 안 되지? | 158 정호승 책에도 운명이 있다 | 164 오한숙희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책 | 171 김수연 책을 탐하는 삶 | 176 백원근 책과 연애하기 | 183 황대권 책벌레의 천국을 방랑하다 | 190 함성호 보이지 않는 손 | 197
책은 아름답다 |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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