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업은 전문직인가(Is social work a Profession?)

경상북도사회복지사협회장 김 태 진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제도와 행위 중의 하나가 사회복지이다. 사회복지는 사회현상이며, 역사 속에서 생성, 확립, 전개되어왔다. 오늘날 인류사회는 세계화․정보화 등의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총체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양식에도 새로운 가치의 형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가와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시대적 욕구도 앞서가고 있다. 이에 반해 사회복지는 학문으로서, 실천방법으로서 이러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여러 면에서 도전과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사업은 전문직인가?(Is social work a Profession?). 이 말은 1915년 A. Flexner가 제기한 물음이었으며, 이 질문은 100년의 사회복지 역사를 통해 계속 논의되고 있다.
전문직이란 일단 이데올로기 면에서 중립적인 직업을 말한다. 전문직은 결코 남이 먼저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 가치의 이념을 몸에 싣고 현장에서 일할 때 비로소 싹이 튼다.
사회복지실천은 가치기반의 전문직(value-based profession)으로 알려져 있다. 가치가 없는 사회복지실천은 사회복지실천이 아니며, 가치야 말로 사회복지전문직을 다른 것과 구별 짓게 해주고 실천과 교육․연구를 안내하는 가이드이고(Bismen, 2001), 사회복지실천을 포괄한 사회복지학 자체가 가치학문이고, 규범학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회복지가 전문직인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전문직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어떤 직업의 전문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속성론인데, 이에 따르면 전문직이 갖고 있는 속성은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Greenwood, 1957).
첫째, 전문직이 수행하는 기술의 바탕이 되는 체계적인 이론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전문직 권위(Professional authority)가 있어야 한다.
셋째, 사회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특권(sanction of the community)을 인정받는다.
넷째, 전문직 자체의 윤리강령(code of ethics)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섯째, 전문직 고유의 문화(Professional culture)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문직에는 고유한 가치, 규범, 상징들이 존재한다. 또한 전문직이 하는 일은 일종의 소명(calling)으로 보며,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이와 같이 전문직은 일정한 속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관점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속성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제기된 기준이 과정론이다. 이 관점은 어떤 직업의 전문직 여부는 이분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문성 정도의 연속성(continuum)상태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정론에 따르면 서로 다른 직업들은 전문직화 단계상의 서로 다른 위치에 있고, 이 위치에 따라 전문직화의 정도가 결정된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직업들은 그 직업의 속성상 이러한 단계를 반드시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데 과정론의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권력론인데, 권력론은 전문직에 대한 일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고 어떤 직업이든 사회에서 특정 영역에서 특정한 일을 하는데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받으면 전문직이 된다고 본다(Cullen, 1978).
권력론은 어떤 직업이 전문직이 되느냐 하는 것은 해당 영역에서 얼마나 기능을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직업이 그 영역에서의 독점적인 역할수행 권한을 사회적으로 배당받게 하는 정치적 권력투쟁에서 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전문직 속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지금까지의 사회복지직은 그 속성상 전문직이 될 수 없는 기본적인 한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력론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복지직은 사회복지직만이 독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나 기능을 사회로부터 부여받으면 전문직이 된다는 것이다(Popple, 1985).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직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사회복지직의 사회적 기능은 개인의 자원, 능력, 기술, 지식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사회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의존성에 대하여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적 통제를 행사하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직이 의존성의 문제를 해결할 지식이 뛰어났기 때문에 사회복지직에 그러한 사회적 기능이 할당되었다기보다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만한 직업으로는 그 때 당시 사회복지직이 정치적 혹은 사회적으로 적당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전문직으로 발전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의존성의 통제라는 사회적 기능을 사회복지직이 얼마나 독점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것은 다른 직업들과의 정치적, 사회적 권력투쟁에서의 승리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시대상황의 변화가 오래 전부터 예상되었고, 현 수준의 사회복지는 저발전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은 소홀했으며, 그나마 제시된 정책들은 미시적인 것이거나 임시방편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기반사회에서 살고 있고 지방화․분권화․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경제․사회․교육․문화․보건․여가 등의 제 영역에서 기존의 관념과 제도로서는 대응할 수 없는 욕구가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지 욕구도 다변화․고도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환경의 변화는 사회복지의 정체성 확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수요의 증가에 따른 사회복지사의 인적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분야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복지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서 그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회복지발달사를 통해 볼 때 시대적 상황의 변화 속에서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태까지는 사회복지마인드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으나 이제는 이에 덧붙여 전문가적 자질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또한 엄격한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사회복지사는 국가복지의 정책적 맥락과 더불어 윤리강령의 윤리기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사회복지사의 전문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