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소식

[주장] 탐스러워보이지만 독이 들어있는 과실 - 독서이력철

황금천 2007. 4. 27. 17:13

 

[주장] 탐스러워보이지만 독이 들어있는 과실 - 독서이력철
• 글번호 : 17740
• 작성일 : 2007년 4월 27일 (금) 09:12:31
• 작성자 : 이덕주(송곡여자고등학교 열린도서관)
• 제   목 : [주장] 탐스러워보이지만 독이 들어있는 과실 - 독서이력철

2005년 9월 당시 독서이력철 논쟁이 뜨거울 무렵 적은 글입니다.
지금은 아무 저항없이 독서이력철 제도가 일단 도입이 되었습니다. 

논술 광풍에 묻혀 큰 저항을 받지는 않았지만 사서들이 이 제도의 폐혜와 위험성을 고민하셔야 될것같아
제 글을 한번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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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러보이지만 독이 들어있는 과실 - 독서이력철 
  
                                                                                                이덕주 (송곡여고 사서교사) 


대한민국은 과거 예비고사, 학력고사, 지금의 수능시험이라는 어떤 대학입시에서도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한줄로 세우는 작업에 익숙하다. 그러나 최근의 입시제도와 교육개혁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 

이런 방향속에서 최근 대학입시에 학생부 반영비율 증가, 수능점수 등급제, 지역할당제도입, 전형방법의 다양화라는 방법을 통하여 다양한 능력과 소질의 학생들을 <수능점수로 한줄로 세우기>라는 잘못된 현실을 개혁해 나가고 있다. 

<독서이력철> 또한 이런 맥락에서 현재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독서이력철>은 학생에 대한 대학입시의 평가기준이라는데서, 책읽기를 대학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킴으로 인해서 그동안 선언과 구호와 캠페인에 그쳤던 독서교육이 일정부분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거이 강제적으로라도 이루어질 가능성에 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요인은 학교현장에 무엇보다 독서환경 조성과 학교도서관의 발전, 도서관에 전문인력 배치를 요구하게 되는 강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여 도서관인들에겐 아주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렇게 독서이력철에 대한 매력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인들은 이 제도를 반대할 것을 권유한다. 

그 이유는 이것이 주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독서교육단체나 출판단체 도서관시민운동단체들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즉 독서이력철안에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책읽기를 빼앗아가고 결국은 아이들을 죽이는 독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독서이력철의 도입은 단기적으로 출판시장의 활성화, 독서교육 담당교사나 사서교사들의 위상강화, 학교도서관의 외형적 발전을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독서교육을 통해 잘 키우고자 하는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 감상 능력을 심각히 저해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내리누르는 독서 파행교육이 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독서이력철과 같은 용어와 개념은 교육부나 교육혁신위는 잘 모르지만 사서교사나 사서들에게서 나왔다. 사서교사모임에선 이미 10년전에 도서관전산화 프로그램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일반 교사들에게는 학생생활기록부가 있고 양호교사들에겐 학생건강기록부가 있듯이 사서교사들에겐 다소 버거울지라도 독서생활기록부라는 양식이 있어 아이들의 독서기록과 독서성향 독서상담 내용을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고 그것을 도서관전산프로그램 작성시에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내부 세미나에서 정리해서 자문을 한 적이 있다. 이후 교육관련 잡지에 독서이력철을 잘 만들어주는 사서들의 글이 실려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서교사들이 과거에 말해왔던 독서생활기록부와 지금의 독서이력철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입시반영자료 여부와 강제성이라고 본다. 먼저 사서교사들은 그 학생의 성장과 참고를 위해서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것이지 그것을 대학입시와 연관시킨다거나 만천하에 공개하자고 한것은 아니었다. 또한 전체 학생중 사서교사가 관심갖고 유심히 관찰할 수 있는 학생들에 한해서 사서교사의 의지와 판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하고싶은 사람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교육혁신위나 교육부가 말하는 독서이력철은 현행 대학입시 사정상 어느 한 대학에서라도 독서이력철을 일부 요소로 반영하면 전국의 모든 학교 모든 학생들은 이 부분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더군다나 그 대학의 도서목록이라도 제시가 되는 날엔 도서관과 학생들 역시 그 책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의 책읽기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해보면 의외로 높게 나타난다. 최근 지난 8월29일 있었던 <고등학교 독서교육활성화방안>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의 90%가 지금보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고 응답하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런 강한 욕구는 지금의 독서가 그나마 시험과목에 들어가지 않고 입시에 짓눌린 아이들에게 해방구요 피난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대학입시에 반영된다고 하면... 

쉬운 가정을 해보자. 도서관에 방문해서 책 빌려간 횟수를 대학입시에 반영한다고 해보자. “와 아이들이 도서관을 어쩔 수 없이라도 열심히 오게 되니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되는가? "처음에야 힘들겠지만 공간이나 인력도 늘고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생각될까? 그것을 통해 사서들의 처우개선, 우리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서교사들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서들이 은연중에 있을까 염려스럽다. 사실은 나의 갈등이기도 하다. 

독서이력철은 아이들에게 창의적 사고와 책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상상력보다는 책 줄거리 암기하기, 책안읽고 빌린 실적만 쌓아 거짓말하기, 성인이 되었을땐 이제 절대 책 안보기, 실적쌓기위해 도서관갔던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컴퓨터 게임만 하기 등으로 결국은 출판계와 도서관계에게도 장기적 타격을 줄것이다. 

그러니 과연 우리의 꿈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교육의 원칙을 되짚어 보며 발걸음을 옮길 때다. 도대체 누구를 팔아서 어떤 꿈을 이루자는 것인가? 아이들이 행복하게 책 읽는 것이 우리의 가장 소중한 꿈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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